황토약손 썸네일형 리스트형 불과 꽃, 그리고 바람 그날, 이렇게만 내려줬어도... 거실창 앞에서 봄비를 향해 혼잣말을 했다. 환기를 하려다 말고 서둘러 창을 닫았다. 빗물을 머금은 재들이 뿜는 냄새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집안까지 몰려들어왔다. 영랑호를 시뻘겋게 불태웠던 화마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날, 내가 서울에 가지만 않았어도 불이 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날, 북양양IC를 지나며 보았던 노을은 속초에서 본 중 가장 예쁜 빛깔이었다. 속초의 석양이 이렇게 붉었던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자마자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고성에 큰 불이 났어. 속초로 번지고 있어. 어서 피해. 하지만 난 집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집 근처까지 닿은 불은 시뻘건 혓바닥을 쉴새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새벽 2시, 몸을 가누기 힘들도록 불어대던 바람이 순식.. 더보기 고성/속초 산불난 지 4개월 고성/속초 산불이 난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다행히도 자연은 복원중이고, 인간들도 약간의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소한 나무들은 살릴 수 없지만, 밑둥만 그을은 나무들은 진흙반창고(황토약손)를 두르고 씩씩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