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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

대망(20권)

마음이 힘들 때 읽었던 책이 바로 대망입니다.
마음이 힘든데도 20권에 달하는 대작 <대망>은 쉬이 읽어지더이다. 참으로 이상하지요.
이번에는 그 동안 읽으면서 메모지에 적어놓았던 글귀들을 이곳에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20권째이네요.
마음이 다시 힘들어지면, 세상 살이가 쉽지 않다 생각되면, 와서 한번씩 읽어봐야 겠습니다.

인간의 머리 위에는 항상 운명과 숙명과 그리고 천명의 세가지가 작용하고 있지. 여기 작은 찻잔 하나를 올려놓은 둥근 쟁반이 있다고 생각하게. 그 찻잔이 사람이야. 알겠나? 그러면 이 찻잔은 쟁반 안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려고도 하고 왼쪽으로 가려고도 하면서 쟁반 전에 가도 막힐 때까지는 자유롭게 움직이겠지. 이렇게 사람이 자유롭게 움직일 때까지가 운명이야. 그러니 운명이라는 건 그 사람의 의지로 개척할 수도 있고 쌓아 올릴 수도 있는거야. 그리고 그 쟁반의 전.. 즉 가로막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곳. 이 이상은 가지 못한다고 막아선 이 쟁반의 전. 이것이 숙명이라는 거야. 오사까 성의 황금이 히데요리의 생각과 궁리를 가로막은 숙명이 되었지. 그러나 그 숙명 위에 또하나 천명이 있다. 천명이라는 건 이러한 쟁반, 그 위의 찻잔, 그리고 또 그 쟁반의 전, 그러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내고 있는 천지의 명이야. 인간은 인간의 힘으로선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천명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비로소 자기를 활용시킬 수 있어. 내 천명은 무엇이냐. 천명은 또한 자기에게 과해진 사명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이걸 깨닫지 못할 동안은 움직여도 움직여도 헛일이 된다. 숙명의 테두리 안에서의 발버둥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지.(20권 71페이지, 이에야스가 가쓰시게에게)

고에쓰는 이 세상 싸움이 모두 저마다가 가난 탓으로 재물을 다투어 소유하려는 데서 비롯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성급하고 정직한 자는 도적이나 강도가 되고 좀 더 지혜가 있는 자는 사람을 모아 대장이 된다. 무사의 대장이란 이를테면 큰 도적이 커진 것. 그러므로 고에쓰는 다까 봉우리의 새 마을에 소유하지 않고 사는 습관을 붙이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 물론 인간에겐 타고난 기량이 있다. 돌을 나르면 힘이 있지만 글을 쓰게하면 어린아이만 못하다. 아니, 그것보다도 어린아이가 없는 부부도 있고, 여덟이나 아홉씩이나 주렁주렁 애를 가진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럴 경우 모두 마을에서 잠잨코 이것을 부양할 것인가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자만이 사람의 수효도 아니고 능력, 재능의 전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 한 사람의 인간이 살고 있다느느 것이 아득한 옛날부터 그 조상이 있고 그리고 먼 미래로 이어지는 생명의 나무의 한마디, 그걸 길게 내다 본다면 결코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즉 지금 이웃 사람에게 자식이 많다고 해서 그걸로 주판알을 튕겨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은 큰 손해인 것 같지만 자자손손 중에는 이쪽이 이번에 자식이 많고 상대편은 훌륭한 일꾼으로서 부양을 받아야 될 경우가 없다고 어떻게 잘라 말할 수 있겠느냐. 사람의 세상은 당대만의 것이 아니다. 백년 천년을 내다 볼 정도의 엄격한 안목으로 주판을 놓아 보지 않으면 해답이 나오지 않소. (20권 73~74페이지, 이에야스)

사물에는 모두 중심이 있어. 과일에는 씨가 있듯이 말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敎學 그리고 그 교학을 단단히 파악하며 사는 후계자의 양성. 이것이 자칫하면 소홀하기 쉬운 급소였어. 일흔 넷이 된 이에야스가 사무치게 느낀 한 가지가 이거였다고 전해다오. (20권 76페이지, 이에야스가 고에쓰에게 전해달다고 하는 말)

법이란 필요에 따라 남을 속박하는 오랏줄인 거야. 그 오랏줄로 묶어 자유를 빼앗는 편에 납득할 수 없는 도리에 어긋난 행위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나? 아버지 자신이 절약하면서 그 가족에게 사치를 금한다. 사치를 금하는 법을 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모범이 있어야 한다. 훌륭하다면 굳이 위신 따위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가족들은 쾌히 그 법을 지켜 나가는 것이야. 법이 먼저냐, 덕이 먼저냐. 이걸 단단히 머리속에 넣어두지 않는다면 소심함을 위신으로 가장하는 잔인한 사람이 되고 말아. 내가 싸움이 서툴어져 겁장이가 되었다고 한 것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야. 덕은 말이지. 내 몸을 꼬집어 보고 남의 아픔을 아는 인정에서 출발하는 거야. 그 인정을 잘 씹어본 삶이 덕이 된다. 그 덕이 먼저이지. 법은 이를테면 모두가 서로 납득하는 약속..이라는 거야. (20권 77~78페이지, 이에야스가 가쓰시게에게)

선정은 피치자의 납득과 통치자의 설득력 위에 성립된다.더구나 설득력은 통치자의 덕에 의해서 태어난다. (20권 79페이지, 이에야스)

이층에서 내려다 보면 아래층이 잘 보이는 법. 하지만 아래층의 사람이 아무리 발돋움을 해봐도 이층은 넘겨다 볼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매일 주고 받는 말에도 항상 이런 차이가 있지요. (20권 141페이지, 야규우 무네노리)

장군님(히데다다)에게는 장군님의 사범, 또 다께찌요(히데다다의 아들)에게는 다께찌요의 사범. 이렇게 사범이 따로따로라면 이윽고 부자의 의사는 통하지 않는 별개의 사람이 될 것 같아서 불안한 거야. (20권 167페이지, 이에야스가 무네노리에게)

자네는 초목의 뿌리, 인화는 그 꽃과 열매다. (20권 174페이지, 이에야스)

사람과 사람이 대등한 입장에 있을때엔 자비라고 하지 않고 동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비란 항상 상관과 윗사람으로서의 뛰어난 권력, 뛰어난 입장에 있는 자의 아래사람에게 대한 잊어서는 안될 마음가짐이어야만 한다. (20권 174페이지, 이에야스)

인간의 생활에는 항상 두가지 면이 있다. 그 하나는 사사로운 정, 또하나는 공적인 정이라고 대부분의 자들은 사물을 둘로 나누어서 생각한다. 그러나 둘로 나누면 공을 위해서 언제나 사사로운 정을 버려야 하는 괴로움만 남게 된다. 여기에 인간 그릇의 크고 작음을 분별하는 중요한 구분이 있다고 생각해라. 사와 공이 언제나 마음속에서 격투를 하고 있는 경지라면 사람의 일생은 희생의 연속... 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괴로움은 더해간다. 훌륭한 인생일수록 괴로운 생애가 되버리는 거야. 公私一體. 사사롭게 기뻐하는 것이 그대로 공에서도 통한다..는 경지에서 일해야만이 최고의 그릇인 거야. (20권 178페이지, 이에야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방팔방으로 불행의 파문이 퍼져갈 것이라고 하는 뜻이다. (20권 180페이지)

사람의 일생은 큰 안목으로 보면 실로 공평.. 결코 주군만이 유별난 큰 파도에 시달리는 게 아닙니다. 모두 저마다 몇번인가는 파도를 뒤집어 쓰고 그리고 멋지게 헤엄쳐 나가지요. 여유가 없는 자만이 익사하는 겁니다. (20권 188페이지, 시게까스가 다다데루에게)

정직은 본래 인간의 보배이긴 하지만 마음에 자비심이 깃들이지 않은 정직함으로선 상대에게 상처줄 뿐... 부모가 자식을 타이르는 때의 마음가짐이구나.(20권 212페이지, 무네노리)

사람이란건 말이야. 그렇게 하겠다고 교육을 시키면 지와 덕 아울러 어느 정도까지는 닦을 수 있는거야. 그 노력을 하지 않고 똑같은 아이들에게 좋고 싫고 또 슬기롭고 미련하고 하는 차이를 두어서는 신불에게 두려운 일일거야. (20권 232페이지, 이에야스)

이에야스를 따르를 사람 중엔 그저 좋아하는 축과 신봉자의 두종류가 있다고 동생 신시로는 곧잘 말했다. "부하는 주인에게 반해서 생명을 바치는 별종의 자들로 이런 자들은 대상인에도 영주들에도 모두 몇명씩인가는 붙어 있는거야." 그러나 이런 부하들만 거느리고서는 큰 일을 할 수 없다. 부하들 외에 신자와 따르는 자들이 있어야만 한다. 따르는 축들은 기분에 좌우되지만 그때 그때 힘이 되어 돕는다. 신자는 그저 따르는 자와는 전연 이질의 경도자로서 세상이 어떻게 돼 돌아가든, 따르는 자들이 어떻게 떨어져 나가든, 말석이라도 감지덕지 하면서 그 사람을 믿고 따라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20권 265페이지, 차야의 동생)

이 세상의 역사는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는 힘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에야스는 그것을 <민심이 향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20권 265페이지)

참다운 인간은 죽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것은 말이지. 커다란 생명의 거목일 뿐이야. 우리들은 그 거목에서 뻗어난 가지야. 그 가지가 시든다고 해서 거목이 시들었다고 할 수 없으리라. 거목자체는 해마다 자라고 해마다 꽃을 피운다. 그 생명의 큰 나무 속에 살고 있는 것을 죽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 아니겠느냐. (20권 282페이지, 이에야스)

마음이 가난한 자가 죽을 때에는 우선 콧방물이 주저앉고 눈이 움푹 파이며, 뺨의 피부가 말라붙어 송장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깨달음의 길에 투철하여 영생의 길을 얻은 분의 얼굴은 반대로 더 거대하고 아름답게 갖추어져 가는 법입니다. 이것이 왕생(往生)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겠지요. (20권 292페이지, 무네노리가 이에야스를 회상하며 하는 말)

인간이란 배가 부르면 다음에는 영혼이 굶주리는 법이야. 그 영혼을 기르는 양식은 학문. 게으름을 피우지 마라. (20권 296페이지, 이에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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