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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

스콧 니어링의 아름다운 마무리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Loving, Leaving the good life)>의 마지막 장 : 황혼과 저녁별 편에서 그녀의 남편인 스콧 니어링이 자신의 죽음을 대비하기 위해 그가 죽기 약 20여년 전 자신이 쓴 글을 소개한다.

"생활의 향상 보다는 삶의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스콧 니어링. 이 사람의 죽음 준비를 읽으니 법정스님과 많이 닮은 것 같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요망 사항을 기록해두기 위해 쓴다.

1. 마지막 죽을 병이 오면 나는 죽음의 과정이 다음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죽음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죽음이 가까이 왔을 무렵에 지붕이 없는 열린 곳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그러므로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

2. 나는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그러므로 어떤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없다.

3. 나는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 따라서,
- 주사, 심장 충격, 강제 급식, 산소 주입 또는 수혈을 바라지 않는다.
- 회한에 젖거나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리를 함께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과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4. 장례 절차와 부수적인 일들.
- 법이 요구하지 않는 한, 어떤 장의업자나 그 밖의 직업으로 시체를 다루는 사람의 조언을 받거나 불러들여서는 안 되며,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내 몸을 처리하는 데 관여해서는 안된다.
- 내가 죽은 뒤 되도록 빨리 내 친구들이 내 몸에 작업복을 입혀 침낭 속에 넣은 다음, 스프루스 나무나 소나무 판자로 만든 보통의 나무 상자에 뉘기를 바란다. 상자 안이나 위에 어떤 장식도 치장도 해서는 안된다.
- 그렇게 옷을 입힌 몸은 내가 요금을 내고 회원이 된 메인 주 오번의 화장터로 보내어 조용히 화장되기를 바란다.
- 어떤 장례식도 열려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죽음과 재의 처분 사이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사나 목사, 그 밖에 직업 종교인이 주관해서는 안 된다.
- 화장이 끝난 뒤 되도록 빨리 나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 만약 헬렌이 나보다 먼저 가거나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다른 친구가 재를 거두어 스피릿 만을 바라보는 우리 땅의 나무 아래 뿌려주기 바란다.

5. 나는 맑은 의식으로 이 모든 요청을 하는 바이며, 이러한 요청들이 내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란다.

몇 년 전부터 낚시꾼과의 대화에 "죽음"이 자주 화제에 오른다. 화장을 하겠다는 둥, 자신이 먼저 죽겠다는 둥. 스콧 니어링의 글을 읽으니 더 단단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이 다짐의 글을 쓰기 전까지 혹여 내가 죽게 되면 스콧 니어링과 똑같이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