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은 눈을 몰고 다님에 틀림없습니다. 추운 북쪽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건만 하루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다시 새하얗게 변해 있습니다. 낚시꾼이 속초로 이사 온 후에 11월 1일, 1월 1일에 이어 3월 1일에도 큰 눈이 왔었는데, 3월 16일에 따뜻하다던 백암에도 큰 눈이 왔습니다.
숙소 뒷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백암산 초입으로 왕복 한 시간 거리에 산책로가 있어서 낚시꾼과 사이좋게 다녀왔습니다. 금방 내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밝으며 걷자니 뽀득뽀득 소리가 경쾌합니다. 아직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걸은 지 삼십분이 채 안되었지만, 낚시꾼의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 때 감동이 겹으로 커진다죠. 산책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장관이었습니다. 하늘높이 쭉쭉 곧게 뻗어 서 있는 나무들이나, 가는 가지에 흰 눈을 담뿍 담고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 이런 곳에 있으면 바로 로맨틱 영화의 주인공이 될 것 같습니다.
이 풍경에 꼭 어울릴 만한 돌담이 있습니다. 흰눈으로 살짝 가려서 그 모습이 더 정겹습니다. 눈은 정말 신기합니다. 눈 때문에 따뜻해 보일 때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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