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이사오면서 집들이 선물로 받은 다기가 있었는데 여짓 전시만 해 놓고 쓰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래서 오늘 꺼냈습니다. 다기와 함께 선물로 받은 카모마일을 좀 덜어 주전자에 담고 뜨거운 물을 넣어 우렸습니다.
한모금으로도 적겠다 싶은 작은 잔에 향기로운 카모마일 차를 담아 낚시꾼에게 줍니다. 오른손으로 찻잔을 들고 왼손으로는 찻잔 밑부분을 받치고, 먼저 향을 맡은 후에 호올짝 마십니다. 그리고는 제게, 차를 마실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천천히 사는 멋과 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직 남의 옷을 입은 듯하고 저만큼 앞질러 뛰어가는 마음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타깝지만, 이런 차 한잔이 제 마음을 붙들어 놓습니다. 이곳에.
참, 다기를 담은 나무쟁반은 십몇 년 전에 결혼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이 선물을 주신 분도 속초에 사는 분이셨는데, 이번에 이사를 와서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인연이 닿아 다시 만날 것이겠지요. 지금까지와 같이 그때까지도 이 나무쟁반은 잘 쓰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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