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댁 서재/글방 썸네일형 리스트형 불과 꽃, 그리고 바람 그날, 이렇게만 내려줬어도... 거실창 앞에서 봄비를 향해 혼잣말을 했다. 환기를 하려다 말고 서둘러 창을 닫았다. 빗물을 머금은 재들이 뿜는 냄새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집안까지 몰려들어왔다. 영랑호를 시뻘겋게 불태웠던 화마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날, 내가 서울에 가지만 않았어도 불이 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날, 북양양IC를 지나며 보았던 노을은 속초에서 본 중 가장 예쁜 빛깔이었다. 속초의 석양이 이렇게 붉었던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자마자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고성에 큰 불이 났어. 속초로 번지고 있어. 어서 피해. 하지만 난 집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집 근처까지 닿은 불은 시뻘건 혓바닥을 쉴새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새벽 2시, 몸을 가누기 힘들도록 불어대던 바람이 순식.. 더보기 번개 구경!! 여름의 꼬리를 물고 엇그제부터 비가 옵니다. 지나가야 할 여름이 엉덩이 무겁게 가지 않고 있으니 가을이 화가 단단히 났나 봅니다. 그제 저녁 나절에는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왕창 몰려오긴 했는데, 소화불량 된 것 마냥 천둥과 번개만 치고 비는 오지 않습니다. 딱 방귀만 뿡뿡 뀌어대면서 정작 화장실에는 가지 못하는 쩔쩔매는 모양새입니다. 그렇게 두서너 시간을 그르렁만 거립니다, 하늘이. 그래서.. "번개 구경하자!" 낚시꾼과 손붙잡고 발코니에 나가 누웠습니다. 집안 불 다 끄고 대나무 돗자리 깔아 놓은 발코니에 드러 누워 번개 구경을 합니다. 번개가 번쩍!하고 나서 1초, 2초, 3초, 4초, 5초...하고 초를 세면, 잠시 후에 꽈과광!하고 천둥이 따라 옵니다. 마흔살 먹을 때까지 번개구경은 이번이 처음입.. 더보기 미디어를 통해 친구를 확인하는 기분 나이 40이 되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보다. 요즘은 가끔씩 인터넷으로 책을 검색하다가 친구나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눈여겨 보지도 않았겠지만 요즘은 어, 혹시? 하는 생각에 해당 책의 저자/번역가의 약력을 확인하게 된다. '맞어, 그 아이가 영어를 잘 했었는데. 맞다, 연대 갔잖아. 노래도 엄청 잘 하고, 그래서 복수전공으로 음대도 다닌다 했었지.' 약력을 보니 내가 아는 그녀의 이력이 고스란히 있다. '아, 유명한 번역가가 되었구나. 정말 잘됐네.' 이런 식으로 확인을 하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쓸슬해 진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는 못하고 살았지만, 친구는 친구이고, 그 친구들은 어디선가 한가닥(?) 하는데 나만 이리 뒤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 휴우. 작년에는 .. 더보기 8. I don't understand이 아니고 I don't understand yet!! 어제 Blind Side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중견 배우인 산드라 블록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영화라고 해서, 봐야지 봐야지 벼르다가 어제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마음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영화들은 좀 풀린다 싶으면 누군가 죽거나 심하게 다치는 등 주인공에게 안좋은 일이 꼭 생기는데 반해, 이 영화는 그런 일들이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인 마이클이 맘씨 좋은 산드라블록 가족을 만나면서부터 행복한 일들이 계속됩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의 연속이 결코 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때쯤 안좋은 일이 일어나겠다 싶으면, 그런 일들이 저절로 해결됩니다. 그러고 보면 인생살이에서도 마음 졸이고 걱정했는데 아무 일 없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이 영화의 .. 더보기 19세 청년의 고민 아주 오랜만에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19세 청년을 만났다. 아직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으니 '어른'은 아니고, 내일에 대한 걱정이 많으니 '아이'도 아니다. 이 청년은 가수가 꿈이란다. 19세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요즘은 이 청년을 괴롭게 하고 있다. 부모님은 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좀더 쉬울 것 같은 길을. 난 19세때 뭐했나? 무슨 생각을 했나? 어떤 고민거리가 있었나?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알기나 했나? 이런 끝없는 자문을 하면서 그 청년을 대하게 되었다. 어른이라는 사람들은 이 청년에게 이런 저런 교훈 섞인 말을 한다. 그 길은 쉽지 않다, 10년 후에는 뭘 하고 싶냐, 정말 가수를 하고 싶은 것이냐, 후회하지 않겠느냐, 등등 그리고 마지막은 "노래 한번 해봐라"..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