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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글방

번개 구경!!


여름의 꼬리를 물고 엇그제부터 비가 옵니다. 

지나가야 할 여름이 엉덩이 무겁게 가지 않고 있으니 가을이 화가 단단히 났나 봅니다. 그제 저녁 나절에는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왕창 몰려오긴 했는데, 소화불량 된 것 마냥 천둥과 번개만 치고 비는 오지 않습니다. 딱 방귀만 뿡뿡 뀌어대면서 정작 화장실에는 가지 못하는 쩔쩔매는 모양새입니다.

그렇게 두서너 시간을 그르렁만 거립니다, 하늘이.
그래서.. "번개 구경하자!"  낚시꾼과 손붙잡고 발코니에 나가 누웠습니다. 집안 불 다 끄고 대나무 돗자리 깔아 놓은 발코니에 드러 누워 번개 구경을 합니다.

번개가 번쩍!하고 나서 1초, 2초, 3초, 4초, 5초...하고 초를 세면, 잠시 후에 꽈과광!하고 천둥이 따라 옵니다.

마흔살 먹을 때까지 번개구경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번개의 중앙에 지지직하는 그 하얀 전기선 같은 것도 보았습니다.

이쯤 되면 멋진 교향곡이나 굉장한 그림도 별 것 아니다 싶습니다, 천둥과 번개에 비교하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