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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글방

미디어를 통해 친구를 확인하는 기분


나이 40이 되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보다. 요즘은 가끔씩 인터넷으로 책을 검색하다가 친구나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눈여겨 보지도 않았겠지만 요즘은 어, 혹시? 하는 생각에 해당 책의 저자/번역가의 약력을 확인하게 된다.

'맞어, 그 아이가 영어를 잘 했었는데. 맞다, 연대 갔잖아. 노래도 엄청 잘 하고, 그래서 복수전공으로 음대도 다닌다 했었지.'
약력을 보니 내가 아는 그녀의 이력이 고스란히 있다.
'아, 유명한 번역가가 되었구나. 정말 잘됐네.'

이런 식으로 확인을 하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쓸슬해 진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는 못하고 살았지만, 친구는 친구이고, 그 친구들은 어디선가 한가닥(?) 하는데 나만 이리 뒤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
휴우.

작년에는 대학 1년 선배가 저자인 책을 발견하고는 내 초라한 것 같은 인생이 잠시 미워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고등학교 동창이 번역가란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자 잠시이고, 또 이런 생각의 기운은 오래 가지는 않는다. 시간의 위대한(?) 힘으로 내가 겪은 좌절은 일상 속에 자취를 감추고 그냥 또 그런 삶을 산다.

아니지. 나의 일상은 그냥 그렇지 않아, 결코. 난 오늘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분발을 하고 있고, 내가 사는 사회 속에 기여를 하겠다는 생각도 매일 조금씩 양을 늘리고 있지. 난 몇 년 전보다 확실히 성장하였다,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의 오늘을 보고 내가 오늘 동창/선배를 확인하며 가졌던 '자랑스러움과 질투'를 느낄까? 나의 일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만한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나의 일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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