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터인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한창 연애 중이던 20대 이후에는 큰 시험이나 임원들 앞에서의 발표 등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쿵쾅쿵쾅 묵직한 것을 느낀다.
병이 난 걸까? 누가 날 좋아하나,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온통하고 있을 때 동료의 책상 위에서 "불안"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스위스의 유명한 젊은 철학자가 쓴 책인데, 내 증상을 정말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보다 유명해지고, 중요해 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
- 불안은 삶의 조건이다. 삶은 하나의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엄을 잃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 돈과 권력이 우리가 원하는 사랑과 인정을 보장해주는가, 많은 부를 소유한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던 성취의 모든 것인가 아니면 그 대체물일 뿐인가, 현대 소비 사회는 돈과 권력의 추구를 어떻게 부추기고 있는가, 발전된 기술과 편리한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가 혹은 우리의 불안을 사육하는가
혹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불안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
물론 읽는다고 그 불안증이 해소되거나 해결되지는 결코 않는다. 다만 그저 그 불안증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현대인들이 누군지 모를 것에 이끌려 그 몹쓸 불안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저 약간의 위로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불안증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있긴 있다. 불안을 일으키는 그 근본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집착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돈, 명예! 그 집착을 버리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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