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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

현대인의 병, 불안 (2)


불안과 관련하여 읽어두면 좋을 글이 있어서 이곳에 인용한다. 어줍지 않은 지식으로 나의 평을 적는 것보다는 원문을 보는 것이 가장 좋으리라.

아래 글은 <위빠사나 명상(통찰명상)>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 중 일부이다.

- 당신은 실망과 좌절이 삶의 특징임을 알고, 그 원인 또한 분명하게 안다. 당신은 자신의 이런 반응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과 이미 손에 넣은 것을 잃고 말리라는 자신의 두려움, 가진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의 습성에서 온다는 것을 안다. (* 주 : 보통사람들은 모르지만 위빠사나 명상을 한 사람들은 알게 된다)

- 당신은 삶과 죽음을 마주했을 때 갖는 자신의 두려움, 자신의 근본적인 불안정을 인식한다. 그것은 언제라도 생각의 뿌리까지 내려가 삶의 모든 것을 투쟁으로 만드는 뿌리깊은 긴장이다. 당신은 불안에 떨며 암중모색하는 자신, 두려움에 가득 차 믿을 만한 굳은 땅을 찾아 헤매는 자신을 지켜본다. 당신은 끊임없이 뭔가를 붙잡으려는 자신, 이 흐르는 모래땅 한가운데서 어떤 것이라도 붙잡으려는 자신을 보고, 붙잡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변하지 않는 것도 아무것도 없음을 본다.

- 당신은 상실과 비탄이라는 고통을 본다. 당신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날이 고통스런 성장에 억지로 순응하는 자신을 지켜본다. 당신은 일상생활이라는 바로 그 과정에 내재된 긴장과 대립을 목격하고, 당신의 관심사 대부분이 정말로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본다. 당신은 고통, 늙음, 병듦, 죽음의 과정을 지켜본다. 당신은 이 온갖 끔찍한 일들이 전혀 두렵지 않음을 알고 경이로워한다. 그것들은 그냥 현실이다. (* 주 : 이것은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 당신은 모든 유쾌한 경험들 한가운데서 그 경험들에 대한 나름의 열망과 집착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본다. 당신은 불쾌한 경험들 한가운데서 아주 강력한 저항이 그 경험들을 중지시키려는 것을 지켜 본다. 당신은 이런 현상을 막지 않고 그냥 지켜만 본다. (* 주 : 이것이 위빠사나 명상의 기본이다) 당신은 그것을 생각의 소재 자체로 본다. 당신은 소위 '나'라고 부르는 것을 찾아다니지만, 당신이 발견하는 것은 물질 몸, 그리고 당신 자아관념과 그 뼈와 살덩어리를 동일시한 방법 뿐이다. 당신은 더 깊이 탐색한 결과, 감정과 사고유형과 의견 같은 온갖 종류의 정신현상들을 발견하고 자신이 어떻게 그 각각의 것들과 자아 관념을 동일시 하는지를 본다. 당신은 이 사소한 것들을 소유하려 하고 방어하려 하고 보호하려 하는 자신을 지켜보고, 이것이 얼마나 위친 짓인지를 본다. 당신은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다니며 몸의 부위와 몸의 감각과 느낌과 감정이라는 다양한 항목들 사이를 맹렬하게 뒤지고 다닌다. 하지만 끊임없이 '나'를 찾아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뒤지고 샅샅이 헤집어보아도 그 모두가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 당신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이 상변하는 체험의 끝없는 흐름 속에 있는, 이 온갖 정신의 하드웨어 더미에서 당신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전 과정에 의해 야기되고 조건지어진 무수한 비개별적 과정들뿐이다. 발견할 수 있는 정태적 자아란 건 어디에도 없다. 그 모두가 과정이다. 당신은 생각은 발견하지만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내지 못하고, 감정과 욕망은 발견하지만 그것을 시행하는 사람은 찾아내지 못한다. 그것은 빈 집이다. 그 집에는 주인이 없다.

- 이 지점에 이르면 당신의 자아관 전체가 바뀐다. 당신은 자신을 마치 신문에 실린 사진처럼 여기기 시작한다. 맨눈으로 보면 사진에는 명확한 상이 있다. 그런데 확대경을 통해서 보면 그 전부가 복잡하게 배열된 점으로 분해된다. 마찬가지로 알아차림이라는 꿰뚫는 시선으로 보면 '나' 혹은 어떤 '존재'라는 자아 관념은 그 고형성을 잃고 녹아내린다. 거기에서 무상성(無常性), 불만족성(苦), 무아성(無我)이라는 존재의 세 특성이 개념 말살성을 가지고 밀고 들어오는, 통찰명상에서의 핵심이 나타난다. 당신은 삶의 부상성과 인간 실존의 본질인 괴로움과 무아성이라는 진리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당신은 이것을 너무나 생생하게 체험한 나머지, 열망과 움켜쥠과 저항의 그 절대적 허망성을 돌연 깨닫는다.

불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서 다소 인생무상의 느낌이 강하지만 살뜰히 읽고 곱씹어 보면 '그런 것 같다'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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