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에 4만원 주고 산 기타로 연명하던 낚시꾼이 이번에 거금을 들여 기타를 샀습니다. 국내 클래식 기타 중에 그래도 알아준다는 <김재만 클래식 기타 50>.
낚시꾼이 정말 좋아합니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힘들게 버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 절실하게 알았습니다.
오랜만에 서울에 왔는데, 오자마자 간 곳이 낙원상가였습니다. 벼르고 별렀던 거죠.
'오늘은 반드시 산다'는 것이 낚시꾼의 생각이었을 것이고,
'오늘은 꼭 사준다'는 것이 속초댁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오후 5시에 도착한 낙원상가는 북새통까지는 아니었지만 악기상마다 손님이 둘셋은 있을 정도입니다. 딴세상.
기타를 들고 있거나 기타에 관심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살던 세상은 기타가 없이도 잘 돌아가는 곳이었는데, 이곳 세상은 기타가 없으면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는 곳이었습니다.
오후 8시 30분경 낚시꾼과 속초댁 모두 수십만원 하는 기타를 샀다는 사실을 손에 들린 기타를 보면서 확인하고 반신반의했습니다. 3시간 넘게 기타 가격을 물어보고 쳐보고 하면서 정말 오늘은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기타를 들고 있는 낚시꾼은 기분이 무지 좋아 보였고, "기타는 내가 사준다 내가 사줄거다" 노래를 불렀던 속초댁은 드디어 기타를 사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0대 초반은 어떤 청년은 30만원짜리 기타를 사면서 두달치 생활비를 투자한다며 너털웃음을 짓습니다. 저라면 두달치 생활비를 기타에 쏟아붓지는 않을 텐데.
가치관의 차이겠지요? 인생의 중요도를 어디에다가 어떻게 두냐의 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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