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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

아빠와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


아빠가 취직을 하셨다. 그래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야 한다며 백수인 나를 불렀다.
백수! 아빠가 Help를 외치시면 언제든 달려갑니다. 쓩~~

그래서 어제 그리고 오늘, 12시부터 5시까지 정말 10분도 쉬지 않고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험준한 산을 아빠와 함께 등반했다.

내가 훌륭한 선생이거나 아빠는 천재적인 학생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둘다?
암튼. 아빠는 일단 가장 시급한 일이 <전자세금계산서> 만드는 일이라면서, 이것부터 하자 하셨다.
아! 전자세금계산서.
인터넷정보검색사 딱지도 가지고 있고 인터넷 전문가라는 말도 좀 들었고, 컴퓨터 없으면 10분도 일을 처리하지 못하겠다면서 16년을 보낸 나이지만... 전자세금계산서는.... 모.른.다.

하지만 어찌, "아버님, 전자세금계산서. 소녀는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먼저 열심히 배워 알아낸 후(선생은 뭐든지 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학생의 의욕향상에 중요하다!) 아빠에게 알려드렸다. 역쒸 아빠는 천재다. 다 아시겠단다. 아무튼 첫번째 미션 Complete!

두번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오늘도 아빠가 있는 종로3가로 쓩쓩~

오전에는 우편발송을 해야 하신다기에 주소록 레이블을 인쇄했다. 이것 역시 결혼할 때 청첩장 주소록 만들어 본 이후 처음!
아~ 옛날이여. 벌써 10년도 넘은 일!

이 역시 "아버님, 이것도 저는 잘 모르옵니다."라고 할 수 없어서, 했다. 그리고 해냈다. 우하하. 나도 천재인가보다! 하면서 신나게 점심을 먹은 후에, 오후에는 아빠를 위한 타자연습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해 드리고자 했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타자연습프로그램.
한컴타자는 설치하자마자 오류가 났다. 오픈타자연습인가 하는 프로그램은 너무 허접해서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컴타자를 인터넷에서 다시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하려고 했는데... 이때부터는 뭐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1. PC가 갑자기 재부팅되었다.
  2. 그러더니 갑자기 Proscan이라는 창이 뜨더니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니 이를 치료하란다. 그래서 치료를 눌렀더니 돈을 내란다. 싫어! 그래서 이 창을 어찌 없애보려고 했더니, 안된다. 절대 안된다. Proscan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삭제를 하는 방법을 홈페이지에 올려놨으니 해보란다. 그래서 그대로 했다. Proscan은 없어졌다.
  3. PC를 다시 재부팅 했다.
  4. 그런데, 바탕화면이 잠시 나타나더니, 사라지고 바탕화면에는 아이콘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어, 이게 뭐지?
  5. 다행이도 <시작>버튼과 작업표시줄은 보였기에, <바탕화면보기>버튼을 누르니 아이콘이 깔려있는 바탕화면이 보인다. 휴우~ 하고 프로그램 하나를 실행했더니, 다시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면서 덩그러니 실행된 프로그램 화면만 보인다. 이게 뭐야? 그래서 다시 <바탕화면보기>버튼을 눌렀더니, 실행된 프로그램화면은 작업표시줄에만 나타나고 바탕화면에는 아이콘만 쫘악 깔려있다.
  6. 삼성전자에 전화를 했다. PC가 삼성전자 것이었으므로. ARS 메시지가 나오더니 삐소리가 나면 "노트북"이라고 외치란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노트북" 그랬더니 컴퓨터 전문 상담사로 연결한단다. 똑똑하군! 그런데 이 분은 컴퓨터 전문상담사가 아니다. 다시 담당자가 전화를 해주겠단다.
  7. 전화를 기다렸다. 1시간. 다시 전화를 했다. 미안하단다. 30분을 더 기다리란다. 처음전화한 시간이 4시니까, 지금은 5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 서비스센터가 고객보고 주구장창 기다리란다.
  8. 30분을 기다렸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더이상 삼성전자를 믿을 수 없어, 컴퓨터를 잘 아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 그 분이 시스템 복원이라는 것이 있단다. 그것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제어판 창 아래 바탕화면 아이콘이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오호!!! 역쒸, 인맥이 최고군! 해결! 해결이다.
  9. 삼성전자는 30분후에 전화하겠다고 하고선 1시간이  다되도록 전화를 하지 않았다. 아빠의 퇴근시간인 5시가 훨씬 넘어 6시가 가까운 시간에 사무실을 나섰다.  내색은 하지 않으셔도 아빠도 초조하셨던가 보다. 해결이 되고 퇴근을 해서 얼굴이 쫘악 피셨다.
  10. 6시가 훨씬 넘어 집으로 열심히 가고 있는데 삼성전자에서 전화가 왔다. 그래도 전화를 해주긴 하니 다행이군! 늦게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음..삼성!)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해결했다는 이야기는 비밀로 하고 이런 기회를 통해 PC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bla bla bla

아직도 모르는 것이 이리도 많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이리도 많으니... 참 세상살기 힘들다.
언제쯤 내 인생을 나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