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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

지로이야기


지금 읽고 있는 책입니다. 시모무라 고진의 장편소설인데, 이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권의 중간즈음을 한창 읽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초등학생이 되어 있는 부분인데,
집에서 개밥의 도톨이처럼 겉으로만 돌던 '지로'라는 아이가 최근에 외할아버지 집에서 젊은 토종닭이 레그혼이라는 두목노릇을 하는 닭과의 한판 승부에서 죽자고 싸워 이기는 장면을 보고 집과 학교에서의 생활태도를 일시에 바꾸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 모두 삶 속에서 이런 식의 '계기'라는 것을 많이 만나지 않나 싶습니다.

'마흔의 나'를 만들기까지의 많은 계기들.
앞으로는 '좀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들이 더 많기를 ...


지로이야기를 읽고...

지로이야기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런데, 한번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아직 지로이야기3편은 읽지 못햇지만, 1,2편을 읽은 것만으로도 그 감동은 충분했다. 지로라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 청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1,2편을 구성하는데, 지로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나도 이런 적이 있었을까, 나도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하면서 읽어내려갔고, 내가 지로처럼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더라면, 지로만큼 더 많은 시행착오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로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분히 내용이 교훈적이어서 아이들이 읽으면 좀 지루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로이야기는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나 아빠가 읽으면 딱이겠다 싶다. 어른이 되었지만 내가 어릴 적에 나의 인생관을 세우기 위해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모두다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세계관을 이루게 된 계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때 어떤 슬픔을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어 가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지로의 아버지나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2권의 내용의 전체를 아우르는 무계획의 계획, 섭리, 사랑에 대한 고민은 어른이 된 나도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곧 3권도 읽을 것이고, 3권도 1,2권만큼 내게 큰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지로이야기 중 좋은 내용들...

굶주린 자는 먹을 것 앞에서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먹을 것을 보는 순간 자기를 잊고 손을 뻗친다. 그 순간이 굶주닌 자에게는 행복이다. 하지만 그것을 놓치거나 다른 이의 눈길을 보고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자기혐오다. 자신의 불행과 남들의 동정과 먹을 것 앞에서 인격이 작아지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때, 굶주린 자는 배고픔보다 한층 더 괴로운 자기연민에 빠지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을 혐오한다. 지로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깨닫자 바로 이 같은 자기혐오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겪은 그 어떤 불행보다 더 큰 불행이었다. - 1권 489page

"나한테 솔직해 지고 싶을 뿐이야.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 1권 493page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바위틈에 떨어진 솔방울, 이게 바로 운명이란다. 한번 타고난 운명은 바꿀 수가 없어. 혼자 울거나 누구를 원망해도 소용이 없어. 그럴 바에야 기쁜 마음으로 운명에게 달려드는 편이 훨씬 속 편하지. 운명에게 달려든다는 건 아무렇게나 한다는 뜻이 아니야. 타고난 운명 속에서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걸 말한단다. 그게 바로 진짜 생명이지. 솔방울에게는 진짜 생명이 있었을 거야. 그래서 천천히 이 커다른 바위를 뚫고 바위 밑에 깔려 있는 흙을 찾아냈겠지. 자, 봐라. 지금은 소나무 줄기가 바위를 둘로 쪼개버렸어. 소나무는 지금도 바위에 갇혀 있지만, 이제 바위는 소나무에게 아무 짓도 할 수 없단다....((중략))
너희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은 타고난 운명과 싸워온 시간에 지나지 않아. 알게 모르게 타고난 운명과 싸우는 법도 터득했을 거야. 어쨌든 우리는 운명을 이겨내야 하니까. 그런데 한 가지 조심할 게 있단다. 운명과 싸우는 데만 열중하다 보면 어쩌다 엉뚱한 짓을 저지르고 말아. 그래서 운명을 이길 수 없어. 운명을 이기려고 조바심을 내거나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패배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솔방을이 싹을 틔웠다고 당장에 바위가 쪼개지는 것은 아니야. 또 아무리 큰 소나무라고 해도 줄기만으로는 바위를 쪼갤 수 없어. 바위가 쪼개진 건 줄기 때문이 아니란다. 소나무의 생명력이 그렇게 만든거야. 조금씩 흙 쪽으로 뻗어가려는 힘이 바위를 쪼개버린 거야. 너희들도 운명을 이기고 싶으면 꼭 기억해야 한다. 서둘러선 안 돼. 천천히 너희들 자신을 성장시키는 거야. 이기고 지는 것은 다 잊어버려. 오직 너희들 자신을 성장시키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 바윗돌처럼 너희들 운명도 별 거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단다. - 1권 498~499page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진실을 겉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게 마련이며 지로처럼 타고난 슬픔을 간직한 사람일수록 그런 욕망은 더 크고 집요하다. - 1권 554page

나보다 강한 녀석을 이기면 그때부터 겁나는 게 없어. 그건 좋은 거야. 그런데 어떤 사람은 더 나빠지기도 하지. 내 생각에 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 그래도 늘 조심해야지. 교만해지면 안 된다. 강하다고 우쭐대는 건 이미 약해졌다는 뜻이거든. 남보다 더 강해지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길 줄 알아야 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길 줄 알면 세상에 겁날 게 없단다. - 1권 575page

지금까지 남들이 날 귀여워해주기만을 바랐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거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요. 언젠가 유모에게 사람들이 날 싫어해도 상관없다고 편지 보낸 적 있죠? 그땐 그런 사람이 진짜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1권 603page

상대방의 실수라고 해도 오해는 풀 수 있을 때 빨리 푸는 게 좋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해두고 싶구나. 머릿속으로는 받아들여도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방금 말한 것처럼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쁜 결과만 생기는 법이거든. 오다 선생님과 함께 네 마음이 정해질 때까지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리마. 그렇다고 해서 마음쓰고 조바심낼 필요는 없어. 암탉이 달걀을 품을 때처럼 천천히 침착하게 생각하는 거야. 알겠지? - 2권 56page

사물의 내용을 하나하나 따로따로 파악해서 이것은 옳다, 저것은 그르다고 판단하는 건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버릇이 되어버리면 지로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당황하는 거라고. 난 너희들이 한 번 쯤 이런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어차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엔 온갖 병폐가 들끓게 마련이야. 이건 누가 어떻게 해서도 바꾸지 못해. 그럴 바에야 잘못된 세상ㅇ르 조금이나마 질서 있게,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 될 게 아니냐고 말할지도 몰라. 물론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야. 하지만 이 세상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병폐가 생길 게 분명해. 우리 모두가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세상은 완전해지지 못한다는 말이지. 좀 지저분한 비유지만 우리 몸엔 보이지 않을 뿐이지 늘 뱃속에 똥오줌이 쌓여 있어. 똥오줌은 어차피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문제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더러운 똥오줌을 조금이라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건 뱃속에 보관했다가 때가 되면 한 번씩 배설하는 거야. 이런 게 바로 전체의 조화를 유지하고 질서를 세워나가는 방법이지.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왜 더럽게 똥오줌을 만드느냐고 위장을 닦달해봤자 아무 소용없는 짓이야. 또 어떻게든 뱃속에서 똥오줌을 끄집어내야겠다는 신념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뒷간만 들락거린다면 인생이 어떻게 되겠니? 그러니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 때는 똥오줌이든 뒷간이든 다 잊어버리고, 차가 나오면 차를 마시고 전병이 나오면 전병을 먹는게 가장 건전할 때도 있는 거란다. - 2권 74~75page

白鳥入蘆花 백조, 갈대꽃 속으로 들어가다 - 2권 83page


천하는 큰 물건이다. 하루아침에 급하게 마음을 떨쳐 일으켜 바꾸려 한다고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을 무너뜨리려면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한다. - 2권 94page

천년 중 단 하루만 - 2권 99p

사람의 마음은 정과 같은 거야. 하지만 조각가가 쓰는 정과는 다르지. 이 정은 자기 \자신을 믿는 힘만 잃지 않는다면 절대로 휘어지거나 부러지지 않을 거야. 아니, 단단한 것에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더 날카로워지겠지.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거든. 사람은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존재야.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다른 사람을 원망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진짜 마음을 모르고 그를 모욕할 수도 있어. 네가 춘월정에서 경험한 그대로야. 실수를 하면 뉘우치고 싶고 모욕을 당하면 화를 내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 이건 결코 나쁜 게 아냐. 중요한 건 그런 경험 때문에 믿음의 힘이 꺾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야. 믿음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후회의 눈물도, 노여움의 불꽃도 엄청난 힘으로 변하는 거란다. - 2권 176p

진실로 홀로선 인간은 남들이 아무리 부추겨도 흔들리지 않아야 해.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단다. 다들 영웅 행세를 하는 이 시대에 너희처럼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억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시대가 이렇기 때문에 더더욱 난 네가 그렇게 자라기를 기대하는 거란다. - 2권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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