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이사를 와서 이곳에 사는 분들을 만나 속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가을 끝자락에 이사를 왔기 때문에 주로 겨울과 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요.
첫번째로 들은 이야기는 속초에는 2월말까지 눈이 많이 온다는 것. 올해 눈으로 확인해서 알았지만, 2월말이 아니라 3월초까지 쉬지않고 눈이 오고 그 눈이 아이 키만큼 쌓이더군요.
두번째로 들은 이야기는 봄에는 바람이 엄청 불어서, 날아다닐 수 있는 모든 것이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그 두번째 이야기를 지금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바람이 좀 부나 싶더니, 11시가 넘으면서 부터 집안의 샤시가 흔들흔들, 닫아 놓은 방문들이 덜컹덜컹, 부엌 환기통이 덜그럭덜그럭. 낚시꾼은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 바깥에 세워놓은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으로 넣고 돌아와서는, 8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본인이 날아갈 뻔 했다면서 바람에 날아가려고 하는 몸짓을 시연해 주었습니다.
속초 사람들은 이 바람을 '미친년 바람'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바깥에서 바람이 부우웅~부우웅~ 하는 소리를 내고, 집안의 온갖 것들이 흔들흔들하면서 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깥을 내다 보면 나무들이 산발한 머리를 마구 흔들고 있는 미친사람 처럼 나무가지와 잎들을 마구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앉아 있는 의자가 흔들되는 것 같이 느끼는 것이 착각이기를, 꼭 착각이기를... 밤에는 바람소리가 한결 심해진다고 하니, 오늘은 몸을 피곤하게 해야 겠습니다.
속초에 사시는 지인분이 저희를 걱정하여 전화를 주셨습니다. 60킬로그램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으니 바깥 출입을 절대 하지 말고, 그 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도 날아다니는 간판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집안에 있으라는 당부를 해 주십니다. 고마운 분.
이 바람이 얼마나 갈 지를 물으니, 짧으면 내일 끝날 수도 있고, 길면 보름도 갈 수 있다 합니다. 제...발...
집에 낚시꾼이 없었으면, 혼자 간이 많이 졸았을 것 같습니다.
혹시 속초에 오실 계획이 있으시면, 일기예보를 확인하시고 오시는 것이 좋겠네요. 아니면 제게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제가 그때 그때 날씨를 알려드릴께요.
지진을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속초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색약수터 (0) | 2010.03.19 |
---|---|
양양 4일장 (0) | 2010.03.19 |
'망우리'가 뭔지 아세요? (0) | 2010.03.06 |
3월 6일 오늘도 눈 (0) | 2010.03.06 |
시외버스 타고 속초에 오는 법 (0) | 2010.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