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
★★★★★
몇 년 전에 회사 상무님이 부문원 전체에게 사서 주신 책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했지만, 상무님이 직접 쓴 표지글까지 첨부되어 있으니 안 읽을 이유가 없는 책이었다.
나 처럼 책을 줄줄 달고 다니는 사람도 책이 읽혀지지 않는 날이 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라는 책을 읽는데 몇 줄 읽고 있으면 딴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래서 맥주도 먹으며 읽어보고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읽어봤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날도 있지 하며 책읽기를 포기하려고 하는 차에 <마지막 강의>가 책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날 읽어줘...
그래서 몇 년 만에 다시 이 책을 들었다. 책을 들은 시간이 이미 밖이 깜깜한 시간이었으니, 잠자기 전까지 3~4시간 동안 훌쩍 읽어버렸다. 어제는 책이 안읽혀지는 날이 아니라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읽기 어려운 책이었던가 보다. 책과도 궁합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삶과 죽음과 가족과 꿈을 이야기 하는 랜디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와서 콕콕 박혔다. 내용이 길지 않은 책이었지만, 중간중간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작가는 절대 울지 않고 있지만 나는 두어번 눈물이 핑돌았던 것 같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쿨하게 이야기 하지만 죽음은 모두에게 두려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 삶과 죽음의 문제만은 아니다. 랜디 교수가 마지막에 첫 번째 head fake라고 말한 <어떻게 내 삶을 이끌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 나는 고민에 빠졌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속초로 왔을 때, 새로운 인생이 활짝 열릴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삶이었지만 꿈꾸는 삶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특별히 꿈꾸는 삶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지만...
랜디 교수가 삶의 순간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내고 해내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이 랜디 교수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인 체험을 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는 해냈고 백과사전에 자신의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한 목표도 그는 실행했다. 공원에서 Cool해 보이기 위해 가장 큰 인행을 획득하는 일도 그는 수도 없이 해냈고, 인생의 반려자를 얻기 위한, 이런 것도 목표라고 해야 하나 싶지만, 암튼 그것도 그는 해냈다.
짧은 인생이나마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그의 인생이. 그의 인생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게 된다, 많은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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