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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이야기

잘 살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2월 24일. 김연아가 벤쿠버에서 피겨스케이딩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도 모르고 이사를 했다. 이번으로 7번째다. 결혼한 지 13년이니까 평균잡아 2년에 한번 꼴로는 이사를 한 셈이다. 결혼 초에는 짐도 적었고 집을 늘리는 재미도 쏠쏠해서 힘든 줄 몰랐는데, 이젠 힘들다. 정말 힘들다. 이번으로 이사는 끝! 제발.

이번 이사는 같은 아파트 이쪽 동에서 저쪽 동으로만 하는 거여서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을 거라 예상했다. 세상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금새 밝혀졌다.

잔금을 준다는 사람은 약속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나타나서 오히려 큰 소리이고, 도시가스를 떼러 온 사람은 거스름 돈이 없다고 하고, 이사짐센터 사장은 이사짐차 델 곳이 없다고 신경질을 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어찌 되었건 우리의 짐은 저쪽 집에서 이쪽 집으로 성공(?)적으로 이동이 되었고, 이젠 해야 할 일은 매번 왜 이렇게 안 입는 옷들이 많은지 감탄하면서 앞으로도 절대 안입을 것 같지만 아까워서 못 버리는 옷들을 벽장 깊숙히 숨기는 일! 지난 집에서 그렇게 찾아 헤매던 것들을 다시 어디론가 집어 넣으면서 이젠 절대 어디다 두었는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

지난 집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5개월. 그 중에서도 대략 1/2는 서울에서 보냈으니, 기껏해야 3개월 정도 살았겠다. 그런데도 이사짐이 모두 나간 후 이쪽 방 저쪽 방을 돌아다니며 잊은 물건이 없는지 살펴 본 후 "그 동안 잘 살았다. 덕분에 속초에서 잘 시작하게 되었다. 고맙다" 인사를 하는데, 목구멍이 뜨윽하고 눈물이 찔끔하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사짐센터 사장님은 이사를 모두 마치고 돌아서면서, 잘 살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로, 나. 세상 만사는 모두 '나'로 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으니 무엇보다 먼저 '내'가 있고 봐야 한다고 한다. 둘째는 사랑하는 사람. 두번째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을 하지 않고,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며 살면 된다고 한다. 세번째는 '돈'이 란다. 좀더 로맨틱한 것을 생각했는데, 역시 현실적이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과 약간의 돈만 있으면 잘 사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모두 가졌다. 이제 자~알~만 살면 된다.

속초댁과 낚시꾼,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