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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이야기

호박씨를 까다

시골 밭길을 산책하다 길 한복판에 뒹굴고 있는 늙은 호박을 발견, 집에 업어왔습니다.

반신반의하며 반을 쪼개 보니 살은 얇지만 속이 실하네요.

속씨를 발라 한켠에 두고 딱딱한 껍질을 깎아내 큰 냄비에 푹푹 삶습니다.

저녁으로 호박죽을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하려는데, 따로 빼놓은 호박씨가 눈에 띕니다.

이걸 어쩐다?

산책에 동행했던 언니가 말합니다.
"말렸다가 까서 먹자."

3일 그냥 뒀더니 아주 잘 말랐습니다.

씨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엔 가위를 들고 호박씨의 가장자리를 얇게 오리니 야들야들하고 뽀얀 호박씨가  나오네요.

이렇게 이쁘고 고운 것들을 하마터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릴 뻔했습니다.

오늘 깐 호박씨는, 지난번에 먹고 호박죽에 넣어 먹기로.

버리지 마세요~.
오늘은 호박씨였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