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니 왜 사람들이 강원도로 피서를 오는지 알겠습니다. 이곳은 정말 시원합니다. 아직 선풍기도 튼 적이 거의 없습니다. 바다가 가깝고 산이 지척에 있어서 인가 봅니다.
아파트 발코니에 푹신한 의자를 들여놓은 후 산 구경하며 쉬기도 하고 책도 읽기도 했는데 낚시꾼이 이번에 또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집에 있는 대나무 돗자리를 모두 꺼내서 발코니 바닥에 깔았습니다. 우하하. 이렇게 근사한 모습이 될 줄이야.
햇빛이 쨍한 날에는 이곳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바람부는 만큼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시원한 바람이 이마와 볼을 슬슬 치면서 지나 가는 것을 느끼는 거죠.
돗자리를 깐 후에는 점심은 꼭 이곳에서 먹습니다. 밥 한 숟가락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반 한 숟가락 또 먹고 산 한번 쳐다보고. 맑은 날은 맑아서 좋고, 흐린 날은 청대산 중턱까지 뿌옇게 구름안개가 걸려 있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사람들이 왜 나이 먹으면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 12시 땡하면 경쟁하듯 식당으로 달려가서 십여분 만에 후다닥 밥을 해치운 후 사무실 자리로 돌아와 자판기 커피 한잔 왼손 쪽에 놓고 컴퓨터 속에 보물이라도 들은 듯 그놈을 마주봐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서울 생활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이곳 생활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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