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
낚시꾼은 인도로 가고, 나는 속초로 왔다.
앞으로 낚시꾼은 편도 통근시간 2시간짜리 일상을 졸업할 수 있고, 맛이야 어떻든 하루 3끼를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이 두가지만 가지고도 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 참 다행이다.
나는... 속초에 왔다. 늦은 저녁 도착하여 1주일 동안 꼭꼭 닫아놓았던 문부터 열어 제쳤다. 안팍으로 꽉 막혀 있던 베란다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고, 부엌쪽 베란다 온도계는 31도를 가리키고 있다.
일요일은 내내 비가 왔다. 그래서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꼼짝마라 그러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쨍!하다.
앗싸! 페트병 챙겨들고 산으로 간다. '약수 뜨러 가야지'
날씨가 따뜻해지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몇 주 전엔 작았던 묘목들의 키가 훌쩍 커져있다. 신기한 건 내 두 주먹만 했던 강아지가 훌쩍 커서 재법 '개'같은 몸짓을 하고 있고, 옥수수는 어느새 내 허리를 넘어 자라 있다. 자연이란 참 정직하다. 누가 보건 안보건 제 할 일을 한다.
집을 나설 때는 검은 색 나비가 길을 열어주었다. 지금이 나비 철인가? 약수터로 가는 길 내내 흰색, 황색, 검정색, 노랑색 정말 모두 다른 빛깔과 무늬의 나비를 볼 수 있었다. 사진기를 들고 오지 않아서 아쉽다.
까치수염 꽃이 만발하고, 복숭아 나무 열매가 아직은 작지만 주렁주렁. 과수원 농부는 벌써 배나무 열매마다 노랑색 종이봉투를 다 달아매놓았다. 부지런도 하시지.
몇 일 동안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약수터 물이 콸콸콸. 잠시만 받아도 1.5리터짜리 페트병이 가득찬다. 1.5리터짜리 3병과 2리터짜리 1병, 6.5리터를 등에 지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풀 숲 사이로 빨간 색이 얼듯얼듯 보인다. 뭐지? 우하하. 산딸기다. 살짝 따 먹어보니, 아직 단 맛은 덜하다. 잘 기억해 놨다가 몇 일 있다가 따야겠다.
땅을 보며 걷는데, '오호, 오디 열매다'. 올려다 보니, 오디나무가 맞다. 이럴 땐 낚시꾼이 있으면 좋은데... 오디 열매를 따려면 20센티미터는 더 커야 한다. '다음엔 꼬챙이나 막대기를 꼭 가져와야겠다. 이곳도 잘 기억해야지'
오랜만에 나오니 눈도 바쁘고 귀도 바쁘고 입도 바쁘다. 1시간 동안의 약수터 여행이 너무나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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