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가을 바람이 부니 주위 분들이 대청봉을 갔다 왔느니 갈 계획이라느니 다들 대청봉 이야기를 하네요.
속초 살면서 대청봉에 아직 안가봤다 하기가 이젠 민망해 질 때가 된 것 같아서, 바로 오늘 결행을 했습니다.
어제 낚시꾼이 잡아온 31센티미터짜리 우럭을 잘 회쳐서 먹고 일찌감치 자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대청봉 행을 서둘렀죠.
오전 8시 40분 한계령에서 시작한 산행은 무지막지하게 느린 속초댁의 덕분(?)으로 대청봉에 오후 3시에 도착(거의 7시간 걸림, Oh my goodness!!). 낚시꾼 무릎 인대에 심한 무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혼(진짜 투혼!! 오색에 도착하였을 때 낚시꾼 울뻔 했음.^^ Sorry, 낚시꾼!!)을 발휘, 3시간 만에 오색으로 내려왔습니다.
산만 못 타는 것이 아니라 사진발도 겁나게 안받는 속초댁을 일단 빼고 잘생기고 멋진 낚시꾼만 대청봉 정상에서 찰칵!!
드.디.어. 대.청.봉. 웃하하하!!!
하지만 웃음은 이것이 끝이었습니다. 오색으로 내려오는 길은 정말 끊임없는 내리막이었고 그것도 울퉁불퉁한 돌맹이들을 삐뚤빼뚤 계단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Crazy! 그 자체였습니다.
경사도가 20도만 넘으면 속초댁의 걸음걸이는 정상인 속도의 2배 이상으로 느려집니다. 이런 이유로 남들이 갈 때도 나름대로 열심히 가야 하고, 남들이 쉴 때도 열심히 가야 합니다. 거의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과 같은 속도로 말이죠.
그래서 경치 구경은 둘째였습니다. 일단 올라만 가자! 이런 생각으로. 그러다 보니 정작 경치는 멋진 낚시꾼이 찍은 사진을 보고 지금에서야 감상합니다.^^ 땡쓰~ 낚시꾼.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요.
양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계령 정상에서 내렸더니 벌써 설악산 꼭대기에 올라온 양 멋진 광경이 펼쳐집니다.
아침 8시 40분. 대청봉을 향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시작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흑흑!!
원래는 오색지구 -> 대청봉 -> 천불동계곡 -> 설악동 순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찌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청봉 가려면 오색으로 가면 되요?" 했더니 "한계령으로 가야지" 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계획이 한계령 -> 서북능선 -> 중청봉 -> 대청봉 -> 오색지구 로 바뀌었습니다.
*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서북능선을 타는 동안 군데군데 근사한 경치를 낚시꾼이 열심히 찍은 것입니다.
어디부터가 하늘이고 또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하늘빛과 바다빛이 푸르고 푸르렀습니다. 정상 부근으로 가니 경치가 한층 더 근사해지면서 스케일도 커집니다. 낚시꾼 뒤로 펼쳐진 어스름한 도시가 바로 "속초"입니다.
인증샷!! 대청봉을 진짜 내 두 발로 댕겨왔습니다. 집에 와서 이것을 쓰고 있는 저도 아직 믿겨지지 않습니다.
오색지구로 내려와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니 오색온천 체험장이 있어서 발담궜습니다. 끝내줍니다!! Good Idea!
낚시꾼이 오늘 너무 무리를 해서 정말 정말 걱정입니다. 느림보 챙기랴, 길잡이 하랴, 아픈 무릎 달래랴. 집에 왔더니 낚시꾼이 불덩이입니다. 전기장판 꺼내서 뜨뜻하게 해주고 오리털이불도 꺼내서 덮어주었습니다. 두어시간만에 열은 내린 것 같은데, 무릎이 괜찮아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암튼, 오늘 너무 애쓴 낚시꾼!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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