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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댁 서재

#62~63 :: 아무도 기획하지 않을 자유, 스튜어디스의 하늘을 나는 자유


아무도 기획하지 않을 자유
'연구공간 수유+너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
고미숙 지음
★★★★★

인터넷 여기저기를 배회하다가 이 책의 표지를 발견했다. 제목이 한 눈에 나를 사로잡았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고미숙이라는 분이 자비를 털어 만든 사설 연구소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신발장까지 점령한 책들을 어쩌지 못하여 집을 늘려야 하나 라는 질문에 왜? 굳이 집을 늘려야 해? 라고 반문하면서 월세로 사무실을 얻어 마음 맞는 사람들을 하나 둘씩 모아 지금은 꽤 규모있는 연구소로 발전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게 집 대신 사무실을 얻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군' 하는 생각과 함께, 요즘 집에 대해 드는 생각(집이 넓으니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드는 군. 굳이 집이 넓을 필요가 있을까? 짐을 줄여야 겠다, 좁은 집으로 이사가려면...)이 딱 맞아들었다.

물론 이 책에는 이런 공간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지식에 대한, 앎에 대한 순수한 추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서울에 산다면 당장 이 연구소를 찾아가 보고 싶은 생각이고, 나도 이 다음에는 이와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마저 들었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이 책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나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 회사를 그만두며 나오는 나에게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천천히 쉬면서, 올레길 같은 좋은 생각도 해서 멋진 일을 꾸며보면 좋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주머니 돈을 탈탈 털어서 일을 벌이는 이런 분들과 달리 나는 기본적으로 '내 몸과 머리 바쳐 일은 해도 내 돈 바쳐 일은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내 머리 깊숙히 박혀 있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이 뿌리를 내렸는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그래서 이런 분들이 만든 길을 걷고 이런 분들이 만든 책을 읽으면 내가 못하는 일을 하는 그 분들이 조금은 우러러 보인다.

이 책에는 좋은 말들이 많다. 수첩에 옮겨적어 놓은 몇가지 글귀를 이곳에도 남긴다.

  • 自我의 空함을 볼 수 있는가? (中論, 나가르주마)
  • 정확히 보면 사라진다.  자의식의 뿌리를 볼 수 있으면 그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우리가 무엇이 되려면 좋은 것들이 흐르게 하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식ㅇ르 받아서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너는 단지 마음만 비우면 된다. 신의 목소리가 네 마음으로 흘러들어 오고, 또 너를 통해 다른 이에게 흘러갈 수 있도록 (인디언 주술사, 베어하트)
  • 문제에 해결책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결책이 없다면 역시 걱정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달라이 라마)
  •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은 사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달라이 라마)
  •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자신을 들여다 보라. 거기에 바로 길이 있다.(달라이 라마)



하늘을 나는 여유,
스튜어디스의 해피플라이트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은 사람은 한번 읽어 볼 만 하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